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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밑의 행복

 

    내가 살고 있는 집 마당에는 몇 평의 잔디와 몇 그루의 나무와 화분이 있다. 꽃을 가꾸고 화분을 어루만질 때면 하루의 모든 시름을 깨끗이 잊어버린다. 하루 중 나의 마음을 가장 편하게 해주는 때는 마당에서 흙을 만지고 나무를 돌보는 때이다.

    이제는 마당 어느 구석에 어떤 풀들이 자라고 있는지까지 알고 있다. 이곳은 나의 휴식처요, 두 아이들의 교육의 터이기도 하다.

    이 작은 집에서 보잘것없는 것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친한 벗이며, 그것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 속에서 서로를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금년 봄 나의 두 애들에게 몇 개의 조롱박 씨앗을 나누어주었다. 제각기 열심히 흙을 파고 물을 주어 가꾸어 이제는 제법 무성한 덩굴이 되었다.

    그리고 계절을 달리하면서 조롱박의 소박한 흰 꽃에는 구슬만한 박들이 몇 개 열렸다. 두 아이들은 아침 저녁 들여다보면서 신기해한다.

    조롱박의 자라감에서 아이들은 위대한 그 무엇을 배우게 되었으며 흙만의 창조력을 알게 되었다. 또한 심은 대로 거둔다는 진리도 배우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나의 집은 바로 자연개발의 도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자라나는 두 애들은 항상 무성한 나무처럼, 여름과 더불어 더욱 싱싱해 보인다. 언제 보아도 믿음직하다.

    나는 이 정원의 정원사로서 뜰을 손질하고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양육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작은 뜰을 자연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간밤에는 비가 왔다. 나무와 진디와 담벼락에 무성하게 기어오른 담쟁이도 빗물을 빨아들여 더욱 싱싱해 보인다. 이 작은 공간에서 가득 피어오르는 달콤한 훈기를 한껏 들여 마신다.

    우리는 여기에서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딸로서, 아들로서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간다.

    오늘 아침 따라 더더욱 싱그럽다. 그 어떤 것도 이것에다 비길 수 있을까. 지금 내 손엔 흙이 묻어 있고 손톱 밑은 흙으로 가득 차 있다. 물에 씻어도 손톱 밑의 흙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 난 손톱 밑에 깊이 박힌 흙을 파내면서 그 누구도 느끼지 못한 행복을 느낀다.

    그 누가 알까.

    손톱 밑의 행복을.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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