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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내가 살고 있는 몇 평 남짓한 작은 마당에는 몇 그루의 나무들이 있었다. 그 중에 네 그루의 무화과나무가 가장 무성했다. 마루문을 열면 싱그러운 무화과나무의 잎사귀가 나를 맞이하고 앙증맞은 무화과 열매와 인사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친구들은 간혹 유실수인 대추나무와 감나무를 심으라고 권하지만 나는 무화과를 좋아한다. 어릴 적엔 할아버지로부터 무화과에 얽힌 성경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 왔지만 난 무화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무화과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었다.

     처음 내가 집을 장만하여 정원수를 선택했을 때 가장 먼저 선택한 수종은 무화과나무였다. 또한 20년 전, 그때 살고 있던 이 집으로 이사갈 때 내가 좋아하는 무화과 네 그루의 묘목과 딸아이를 상징하는 실향, 아들아이 출생 기념으로 심은 전나무를 옮겨 심었다. 그 어린 묘목들이 우리 집을 온통 무화과 잎의 푸르름으로 뒤덮어 주었다.

 

     ‘무화과’

     글자 그대로 꽃 없는 과일이다. 뜰에 심은 앵두나무는 우리 집에서 봄소식을 가장 먼저 꽃으로 전해주고 난 후에 열매를 맺지만, 무화과는 아기손 같은 연록색의 잎사귀와 그의 가슴으로부터 내밀어 봄소식을 전해주며, 꽃이라고는 전혀 달지 않고 열매를 맺는다. 결국 무화과는 꽃 시절이 없이 바로 열매를 맺는 것이다. 무화과 가지는 그리 단단치는 않아 바람이 불면 바람따라 일렁거리더니 봄에 내민 가지가 벌써 내 팔뚝만큼 자랐다. 작은 꽃 하나 매달지 못했지만 이젠 가지 사이에 탐스런 열매를 매달고 있으니, 무화과는 그의 심장에서 열매를 내밀기 위해 겨울에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아기 주먹만한 열매가 가지마다 무겁도록 열려 있다.

     정말 무화과는 꽃이 없는 과일일까? 그런데 그 열매를 쪼개어 보면 작고 예쁜 꽃들이 서로가 서로의 손을 맞잡고 가만히 숨어 꽃을 피우고 있다. 안으로 알찬 꽃을 피우는 꽃이 바로 무화과인 것이다.

     그렇다. 어떤 열매도 꽃 없이 되는 것은 없다. 봄부터 꽃을 피우기 위해 그 긴 겨울을 견디어내는 아픔이 있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나 안으로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면서 탐스럽고 달짝지근한 열매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무화과나무를 나는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무화과를 나의 집 마당에 심어 놓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는 ‘무화과’ 하면 예수님이 피곤에 지쳤을 때 찾아 쉬셨던 베타니아에 있는 마리아 집을 생각한다. 이 베타니아는 무화과나무로 뒤덮인 무화과의 집이었다.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는 오리브산 기슭에 있는 작은 마리아의 집은 석양에 비쳐 무화과 잎이 빛나는 아름다운 집이었다. 이 곳의 무화과 그늘에서 쉬시면서 그 열매로 시장기를 채우셨다는 상징과 함께 나는 우선 내 집이 피곤한 식구들의 쉼터가 되게 하고 싶다. 더 나아가서 나의 집이 모든 이들에게 시원한 그늘과 함께 마음의 갈급함을 풀어줄 수 있는 쉼터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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