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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가꾸며

 

    내가 살고 있는 작은 집 마당에는 잔디와 몇 그루의 나무, 그리고 겨울을 지낸 화분들이 놓여있다. 이들은 나와 함께 내한훈련(耐寒訓練)을 해온 몬스테라, 동백, 연산홍, 무푸레, 몇 촉의 난 등인데, 그들을 조심스레 봄나들이 시키며 분을 어루만질 때면 나는 하루의 모든 피로가 사라짐을 느낀다.

    꽃을 가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개성이 제각기 독특하듯 꽃 또한 개성이 있고 그 생태가 각양각색이다.

    재작년에는 그렇게 가냘프고도 은근한 맵시를 자랑했던 춘란이 올해에는 몇 송이만 피었다. 내 정성이 적었던 탓이라고 생각된다. 한 겨울에는 동백꽃이, 이른 봄에는 연산홍이 이제는 천리향이 방 한구석에서 은근한 향기를 풍긴다.

    하루 중에 나의 마음을 가장 편하게 해주는 시간은 마당에서 흙을 파고, 나무를 돌보는 때라고 느껴진다. 이제는 마당 어느 구석에 어떤 풀들이 몇 포기 있는지 까지도 알고 있다. 여기는 나의 자연개발교육의 도장이다. 자연은 모든 교육의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루소는 그의 저서 에밀에서 「창조주의 손으로 이루어진 것은 모두 선하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참으로 자연이 창조한 그대로 아무것도 남겨 두지 않았다. 인간은 자기자신에게서도 자연적인 것을 잃어버리거나 망가지게 해버렸다.

    간혹 푸른 잔디 속에서 억척스럽게 자라나는 오랑캐꽃을 본다. 싹이 나서 자라나고 꽃피우는 그의 모습에서 신의 섭리를 깨닫는다.

    이러한 들꽃이나 잡초에도 그것은 그것대로의 아름다움이 있고, 창조의 의미가 분명히 있을 것 같다.

봄을 봄답게 하는 라일락이나 백목련도 좋지만, 이 이름 모를 작은 들꽃들은 그대로 좋아서 오히려 나는 그의 친구가 된다.

    집 모퉁이에 파수꾼처럼 서있는 히말라야시다에는 이른 아침이면 이름 모를 새들이 와서 지저귄다. 언제부터인지 아침에는 까치 한 마리가 찾아온다. 아직 자웅을 구별조차 할 수 없지만 외롭게 와서 아침인사를 하고 또 가버린다. 나는 둥우리를 마련하여 같이 살면서 외톨이가 된 그의 외로움을 달래어 주고 싶다.

그와 나는 같은 자연 속에서 같이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막혔던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다. 그와 나는 병든 문화로 오염된 언어의 도구가 아닌 순수한 느낌으로써 이야기하고 싶다.

    이제는 까치 대신 비둘기 한 쌍이 찾아와 가지에 엉성한 둥우리를 틀고 어미 비둘기는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작년 이맘 때도 비둘기 한 쌍이 여기에서 그들의 일대를 보내고 갔었는데….

금년에 찾아온 비둘기는 깃털이 전혀 작년의 것과 다르다. 혹시 그들의 새끼가 일년만에 그들의 외가를 찾아와서 다시 일대를 여기에서 지내려고 하는 게 아닐까.

    자연을 보면 볼수록 신비롭다. 꽃이나 나무들은 심어진 대로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쉼 없이 창조하고 있다.

    이 작은 집에서 보잘것없는 잡풀이지만 나에게는 귀중한 벗이요,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은 진정 행복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곧 자연의 한 부분이며, 나는 이 속에서 자연을 터득한다. 오히려 보잘것없는 것이기에 더욱 귀중하게 여기는지 모르겠다. 이 작은 자연에는 나의 희망이 있고 미래의 환상이 있고 평화가 있다.

    오늘도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흙을 일구며, 이들을 가꾸면서, 자연이 주는 은혜와 땀의 의미와 흙의 귀중함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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