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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0 11:58

루소숲 - 죽순회 원고

댓글 1조회 수 5420추천 수 0

루소 숲

- 김동일(루소숲 원장)


    내 기억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는 초등학고 3, 4학년 때였다. 학교에 갔다 오면 친구들과 더불어 집에서 2-3km 떨어진 뒷산에 소를 먹이러 갔었다. 산에다 소를 놓아두고 혼자서 이 산 저 산 걸으면서 무엇인가 나름대로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었다. 선비였던 할아버지의 한문공부와 매일 저녁 가정예배에서 배운 성경공부를 통해 생각하는 방법을 배워 꿈의 씨앗이 움튼 것 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들려주신 다윗의 이야기를 특히 좋아했는데 다윗은 어린 목동이었기에 나와 동일시했고 내 삶의 모델이 되기도 했었다.


    그 이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었다. 난 붉은 홍옥이 열린 과수원 길과 구름 한 점 없는 에메랄드 빛 하늘의 고향을 그리워했다. 5월 훈풍에 보리가 무르익을 때 고향엘 가면 들판에 나가 출렁이는 보리밭 길을 끝없이 걷기도 했고 걸으면서 미래에 대해 무엇인가 막연한 꿈을 그리게 되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보다 구체적인 꿈을 꾸었으며 그 목적을 설정하였다.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었지만 내가 그토록 기대했던 인간 교육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가나안농군학교에서 농사를 짓는 일에 동참할 기회가 있었다. 같이 노동하는 학생 중에는 죄수, 탈영병, 청소년들 이었는데 노동을 통해 새사람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었다. 노동을 통한 기도와 신앙의 힘이 그토록 위대함을 깨달았다. 주말이면 교육이 살아있는 가나안 농군학교의 그 기백이 시퍼렇던 김용기교장님의 교육사상과 애국정신을 배웠으며 그 곳에서 노동을 통한 신앙과 절약정신을 체험을 통해 학습하였다. 또한 그곳에서 지금까지 생각한 꿈들이 한 곳으로 초점이 모아졌고 나 역시 인간을 교육해야 할 꿈이 구체화 되어가고 있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 20여 년간 나는 아름다운 그 꿈을 꾸었고 이것 때문에 내가 살아가야할 만큼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이제는 아내와 함께 계획하고 같은 꿈을 향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그 동안 절약해서 저축한 돈으로 우선 땅을 구입하기 위해 대구 근교를 몇 해 동안 다녀 보았으나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다. 우리가 준비한 돈으로는 도저히 땅을 구입할 수가 없었다. 가끔 좌절도 했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야만 했다. 이젠 나의 꿈이 우리가족의 꿈이 되었다.


    그러던 중 나의 꿈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분을 만나서 꿈을 펼칠 수 있는 땅을 대구 근교의 야산 2만평을 구입하게 되었다. 정말 상상치도 못할 꿈만 같은 일이 실현된 것이었다. 지금까지 연구 해온 자연주의 교육사상가인 루소( Jean Jacques Rousseau)의 이름을 따서 “루소의 숲”이라고 명명하였다. 루소는 자연주의 교육의 대명사다. 오늘의 교육이 병들어 가고 있고 자연은 죽어가고 있는데 그 대안으로 인간도 자연도 자연성을 회복해 보자는 작은 바람에서 ‘루소의 숲’을 잘 보존하여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


    난 이곳에서 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남는 시간만 있으면 이 숲에서 노동을 했었다. 노동과 산책과 명상을 하면서 숲은 인간들이 받은 상처를 놀랍게 치유한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있다. 산지기로 목수로 지게꾼으로 일해 오면서 손마디가 바뀌어 옹이처럼 불거져 나와 있다. 이제 요령이 생겨 3톤이나 되는 바위도 지렛대로 옮기는 법을 터득했다. 막도 지었고, 호미로 땅을 손질 하는데 도가 트였다. 건축과 토목공학적 안목과 설치미술의 예술적 감각도 생기게 된 것 같다. 나는 호미 이외에는 기계가 숲에 들어 올 수 없다고 고집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계가 숲에 들어오면 자연이 훼손되는 걸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공적인 것을 조금도 용납 할 수 없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편리한 문명의 사치품에 길들여져 원시적인 즐거움을 잊은 지 이미 오래되었다. 기계 없이 다지고 메우고 바위를 옮겼다. 천천히 착실히 소걸음으로 가지만 다듬어지는 이 즐거움은 어디다 비길 수 있으랴. 개여울 따라 물소리 들으며 숲길을 만들 때도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다. 숲길 따라 걸으면 명상처가 보이고 그 옆에 연못이 있다. 난 호숫가에서 하늘을 우러를 때면 놀라운 정화 속에 빠져든다. 이곳에서 노동을 통해 기도를 배우고 하나님을 만난다.


    근 30년 동안 대학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면서 전인교육의 한계에 부딪치곤 했지만,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삶의 보람과 희열을 만끽한다. 숲이 주는 신선함과 맑은 햇살을 받으며, 숲길을 걷고 싶은 이들의 쉼터가 되고 더 나아가 교실 교육에서 못 다한 참된 교육이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번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가난한 여학생이 대학을 갈 목적으로 직업을 구하기 위해 서울에 갔다가 잘못된 곳에서 몸도 마음도 다 버려진 공황상태인체 루소의 숲을 찾았었다. 처음 숲을 찾았을 때는 무서운 눈빛으로 모든 사람들을 대하였으며 특히 이성을 대할 때는 적대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혼자 숲길을 걷게 하고 호숫가에서 긴 시간 지나면서 눈빛이 순해지고 눈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나를 안고 긴 시간 울음을 토해냈다. 그 후 긴 시간 숲에 와서 숲이 주는 치유의 힘으로 심신이 거듭나 이제는 새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어린이들이 숲에 오면 마치 고기들이 물을 만난 듯 숲을 헤집고 다니며 맨발로 흙밟기를 좋아한다. 흙을 만지고 나무를 만지기도하고, 나무껍질에 귀를 기울인다. 어린이들에게 청진기로 나무껍질에 귀를 기우리고 수액이 올라가는 소리를 듣게 하면 신기해하는 과학자가 되기도 한다. 어떤 어린이는 큰 바위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참 경이로운 시인이 되기도 한다. 어떤 어린이들은 그냥 혼자서 흥얼거리면서 다니는 음악가가 되기도 한다. 숲에 오면 어린이들은 모두가 과학자, 시인, 음악가가 되는가 보다.


    그리고 잔디밭에서는 아이들은 잡풀을 뽑으면서 왜 잡풀을 뽑아야 하는가를 가르친다.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보며 뒹굴기도 한다. 숲에서 아이들은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배우며 관찰하고 숲의 중요성을 체득하기도 한다.

나는 루소의 숲을 가꾸면서 어릴 적 과수원과 뒷동산에서 꾸던 그 꿈을 조금씩 이루어 가고 있다. 앞으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와 지, 덕, 체 삼덕을 지닌 전인적인 인간을 양성하는 곳을 만들고 싶다. 누구든 이곳에서 편히 쉬며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이루고 싶다. 내가 다 못 이루면 다음 세대가 이룰 것이라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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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소 2012.11.02 10:25
    어쩌면 깊은 우리 내면에는 같은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의 노력하심에 경배심과 동시에 감동마저 느껴지곤 합니다.
    그리할 수 없는 자가 많을진데, 그리 하고 계시니 어찌 좇을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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